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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C(Unipair Social Club), 멋과 삶 Ep 04 오태경

2024년 04월 04일



우리는 시간이 흐르면서 쌓인 저마다의 취향과 멋을 가치있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련한 유니페어 가족, 친구, 고객과 각자의 취향에 관한 대화를 나눠보는 인터뷰. U.S.C(Unipair Social Club)입니다.

 

U.S.C의 네 번째 인터뷰이는 다양한 직업과 깊이 있는 취향을 가진 유니페어의 고객 오태경입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모임 별’이라는 디자인 콜렉티브에서 기획 및 리서치 업무를, 피제리아 호키포키(이하 “호키포키”) 광화문점에서는 점장을, 마지막으로 변호사로서 몇몇 회사의 외부 법률 자문을 맡고 있다.



모임 별’의 기획자와 호키포키 점장, 그리고 변호사. 3가지의 역할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어떻게 되나.

 

최근 3년을 놓고 보면 ‘모임 별’의 비중이 제일 높다. 다만 작년 6월 말에 호키포키 광화문점이 문을 열면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변호사 업무는 앞서 언급한 업무를 하며 남는 시간에 틈틈이 처리하고 있으니 가장 비중이 낮은 부업의 개념이다.

 

변호사가 부업이라는 얘기가 흥미롭다.


변호사를 부업이라고 하면 다들 신기하고 재미있게 여긴다. 하지만, 변호사는 특정한 서비스업을 하는데 필요한 라이선스에 불과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마치, 운전면허증이 있다고 해서 꼭 운전을 본업으로 해야 할 필요가 없듯이(웃음).

 



스스로가 생각하는 멋있는 삶이란.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분야가 있다면 일단 시작부터 해 보는, 당장 행동이 어렵다면 고민하며 조금씩 준비라도 해보는 삶. 시간이든 돈이든 자원이든 조금이라도 투자해서 한 번이라도 발을 담가봐야 그 분야를 제대로 알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첫 시도라 익숙하지 않은 걸 ‘내가 못하는구나’라고 단정한 채 그만두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시도하며 길게 꾸준하게 이어나간다면 그 자체로 멋있는 삶이 아닐까. 그런 시도가 작은 차이를 만들고, 시작에서의 아주 작은, 정말 미세한 각도의 차이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아무런 시도도 없던 삶과 완전히 다른 곳으로 이끌어 준다.



일단 시작했던 좋아하는 일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소개해달라


자동차에 관한 그림책을 만들어 본 적이 있다. 자동차 경주의 주인공은 아니지만, 레이싱 머신과 레이싱팀 크루를 위한 트랜스포터와 정비차량을 소개하는 책이었다. 무겁고 투박한 트럭이나 밴이 당당하게 페라리나 포르쉐의 로고를 달고 있는 아이러니가 주는 매력에 빠져 열심히 자료를 모으다가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언리미티드 에디션이라는 독립출판물 페어의 주최 측이 개설한 직장인 대상 책 제작 클래스를 통해 몇 가지 유용한 팁을 얻은 뒤, 해당 페어의 개막일까지 남은 약 2주의 기간 동안 매일 그림을 그려서 책을 완성했다. 아직 국내에서는 저변이 거의 없다시피한 분야인지라 해당 페어에서의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었지만 신기하게도 해외에서의 구매 요청이 더 많았다. 지인들에게 증정하고, 소량을 판매하고, 지금은 수중에 딱 한 권이 남아 있다.



물건을 고를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성질이나, 외적인 모습, 또는 언어적으로 한쪽이 과장되거나 큰 것보다는 균형을 갖추면서도 그 힘이 안으로 응축된 것을 좋아한다.




지금 타고 온 클래식 미니도 그런 기준을 충족하나.

 

맞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지만, 그 안에 4인 가족이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는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차다. 일례로, 엔진과 미션의 일체화, 앞 엔진 앞바퀴 굴림 등을 통해 플로어 팬의 공간을 확보했고, 넓은 레그룸을 위해 바퀴를 차체의 끝으로 밀어냈다. 또한 가족을 위한 차에 걸맞게 뛰어난 접지 성능도 지니고 있다. 



전설적인 엔지니어인 존 쿠퍼는 바로 이러한 안정성에 속도를 더하면 엄청난 레이싱 포텐셜이 터질 것이라고 예상했고, 바로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미니 쿠퍼가 탄생했다. 60년대 중반에 몬테 카를로 랠리에서 4년 연속으로 우승하고, 투어링카 레이싱에서도 덩치 큰 차들을 제압하는 ‘자이언트 킬러’로 활약했다. 



물론, 미니보다 더 작은 차는 여럿 존재하지만, 바퀴가 4개 달린 자동차 중에서 우리가 생각하는’승용차’의 기본적인 요소를 모두 갖춘 차량의 하한선이 바로 미니라고 생각한다. 덜어낼 것은 다 덜어내고 부족함은 없는 차.



직접 경험해 본 것 중에 추천하고 싶은 신발이나 옷을 소개해 달라.

 

드레익스의 데님 의류들. 드레익스는 작업복의 실용성과 위트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항상 조화롭게 추구하는 느낌이다. 디자인과 배색은 유쾌하지만 그것이 구현된 옷 그 자체의 용도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멋있는 옷이지만, 멋에 그치지 않고 입는 사람을 위한 옷이라고 생각한다. 작업복인 초어 자켓을 울 같은 고급 소재로 만드는 트위스트적 요소가 재미있게 느껴진다.



일 밖의 일상에서 지키려 노력하는 루틴이나, 마음가짐이 있나.

 

말 그대로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문제가 아니라면 그 어떤 것도 당연한 건 없다는 마음가짐. 이런 기준에서 세상을 바라보면 부수적인 것들을 걷어내고 본질을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인습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면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고 유연하게 삶의 여러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



가지고 온 시계들이 모두 시간이 안 맞는데, 이것도 부수적인 요소인가

 

시간은 스마트폰으로 확인한다. 따라서 시계는 팔찌, 즉 일종의 액세서리일 뿐이다. 그러니 용두가 날아가서 시간을 맞출 수 없게 된 시계도 아무렇지 않게 차고 다닌다. 물론 스트랩은 각각의 시계에 어울리는 것으로 주문 제작했다. 

 



최근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무엇인가.


남들이 보기에 ‘변호사’치고는 색다른 경험을 많이 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일을 맡고 있다 보니 항상 스펙터클한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곤 한다. 하지만 그러한 오해(?)와 달리 기대와 달리 주로 소소한 것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얻는 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 관련 서적의 경우 실제 차량의 오너와 애호가를 위한 물건이다 보니 충실한 데이터와 멋진 사진을 근사하게 편집해서 훌륭한 제본으로 묶은 경우가 많다. 이렇게 잘 만들어진 물건을 감상하며 느끼는, 아름다움이 주는 기쁨이 내겐 큰 행복 중 하나다.

 

자동차 책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민망하지만, 책이 포장된 상태조차도 내게 행복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하드커버 책을 구입했는데 책 모서리에 망가지지 않도록 판매자가 보호용 슬리브를 덧대 준다든지 하는, 소위 ‘애호가가 애호가를 알아보는 순간’이라고나 할까? 그러니 ‘가장 행복했던 기억’보다는 이렇게 일상의 사이사이에 스며든 다양하고 소소한 행복이라 하는 편이 맞겠다.